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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평온 끝' 이스라엘 가자 공습에 400여명 사망..."대학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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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평온 끝' 이스라엘 가자 공습에 400여명 사망..."대학살의 밤"

입력
2025.03.18 19:00
수정
2025.03.18 21:19
1면
0 0

AP "최소 404명 사망, 수백 명 사상"
"난민촌 아이 수십 명 숨져" 목격담도
이 "하마스 협정 파기 탓" 책임 돌리고
"종전과 완전 다를 것" 고강도 공격 예고

팔레스타인인들이 18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서 전날 밤 재개된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사망자 유해를 살펴보며 울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인들이 18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서 전날 밤 재개된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사망자 유해를 살펴보며 울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57일간 불안한 평화를 이어오던 가자지구가 또다시 불바다가 됐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휴전 2단계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17일 밤(현지시간) 무차별 공습을 퍼부었다. 사실상 전쟁 재개다.

불과 몇 시간 만에 가자지구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 최소 400명이 죽고, 어린아이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병원에 실려 왔다. 휴전 기간 군 수뇌부를 전쟁 강경파로 물갈이한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고강도 작전을 다짐했다.

"사방에 비명과 구급차 소리"

팔레스타인인들이 18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알시파병원에 전날 재개된 이스라엘군 공습에 따른 사망자들 시신을 안치해놨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인들이 18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알시파병원에 전날 재개된 이스라엘군 공습에 따른 사망자들 시신을 안치해놨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AP통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18일 오전 2시 30분쯤 엑스(X)를 통해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테러 목표물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가자 공습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실이 이미 지난 주말(15, 16일) 가자 공습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는 통곡이 들끓었다. AP는 가자 보건부를 인용해 "최소 404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다"며 "2023년 10월 7일 개전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날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가자에 있는 유니세프 직원은 AP에 "피란민 캠프가 공습을 당해 어린이 최소 수십 명이 사망한 것을 목격했다. 비명과 구급차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고 병원은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대학살의 밤이었다"고 표현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전쟁 재개 책임을 하마스에 돌렸다. 앞서 지난 1월 19일 시작됐던 '휴전 1단계(6주 휴전 및 이스라엘인 인질 33명 석방)' 기간이 이달 1일 만료됐는데도, 하마스가 '휴전 2단계' 협상에 적극 참여하지 않아 군사 작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인질 전원 석방과 (하마스 섬멸이라는) 전쟁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휴전 기간 구호품 통행 등이 허용됐던 가자 최남단 라파 검문소가 다시 봉쇄됐다는 언론 보도(TOI)도 나왔다.

하마스는 반발했다. 당초 양측이 합의했던 휴전 2단계 조건은 '인질 전원 석방 및 IDF의 가자 완전 철수'가 골자였는데, 이스라엘이 철군을 거부하며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졌다는 게 하마스 측 주장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단계 휴전 대신 '50일 추가 휴전 및 남은 인질(59명) 절반 석방'을 골자로 한 '1단계 휴전 연장안'을 제시했으나 하마스는 이스라엘 완전 철군을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 "더 강력한 공격 퍼붓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2일 부패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텔아비브 법정에 출석해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2일 부패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텔아비브 법정에 출석해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외신들은 향후 전쟁이 지난 1월 휴전 이전보다 더 격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휴전 기간 동안 네타냐후 정부의 극우 성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적 온건 성향이었던 헤르지 할레비 전 참모총장이 지난 6일 사임하고 강경파 인사 에얄 자미르 예비역 소장이 임명된 건 상징적 변화다.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최근 몇 주 동안 전쟁 재개를 준비해왔다"며 "하마스를 파괴할 때까지 가자에 강력한 공격을 퍼붓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행정부의 태도 변화도 가자 주민들에겐 악조건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적어도 대외 메시지로는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 감소를 압박했던 것과 달리,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폭 지지를 보내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트럼프 행정부는 사전에 이스라엘과 가자 공격을 협의했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에 지옥이 터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무엇보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전쟁을 장기화할 것이란 의혹이 거세다. 휴전 기간 동안 부패 혐의 재판이 진행되고 하마스 기습 허용 책임론이 커지자 다시 전쟁을 통해 국내 여론 단속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TOI는 "갑작스러운 가자 전투 재개 뒤 이날 예정돼 있던 네타냐후 총리 부패 재판 일정이 취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골란 노동당 대표도 "네타냐후가 자신의 '생존 게임'을 위해 시민과 군인 목숨을 악용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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