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K뷰티 뜨자, 화장품으로 우르르…다음 주인공 노린다 [K뷰티, 지구촌 매혹하다③]

입력
2025.01.26 07:00
14면
0 0

[K뷰티, 지구촌 매혹하다]
<3>골드 러시 뺨치는 뷰티 러시-한국
화장품 기업 3만 개, 10년 만에 10배
K뷰티 인기에 진입 쉬워져 창업 폭발
CJ올리브영 아성 깨려는 기업 분주
치킨집보다 많은 화장품 회사, '과열' 우려

2일 서울 시내 화장품 매장. 뉴시스

2일 서울 시내 화장품 매장. 뉴시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K뷰티 열풍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의 목표제2의 코스알엑스, CJ올리브영, 코스맥스·한국콜마. K뷰티를 이끄는 이들 기업은 각각 인디 브랜드,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회사, 판매 채널로 성격이 다르다. 이처럼 창업, 신사업 진출을 통해 K뷰티에서 새로 금맥을 캐려는 '뷰티 러시'는 화장품 산업 전반에서 펼쳐지고 있다.

간판을 새로 다는 화장품 회사가 쏟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를 보면 화장품 책임 판매업체는 2023년 3만1,524개로 K뷰티 열풍이 불기 전인 10여 년 전(2013년) 2,884개와 비교해 열 배 넘게 뛰었다. 책임 판매업체는 화장품을 판매·유통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한 곳으로 대기업, 중견기업, 인디 브랜드인 중소기업·스타트업을 모두 아우른다.

중국 등에서 한국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은 1차 K뷰티 열풍 후인 2019년 1만5,707개와 대비해도 두 배를 웃돈다.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화장품 수출이 세계 방방곡곡으로 그 범위를 넓히면서 신규 회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4년 최종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화장품 수출액이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한 만큼 업체 수도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화장품 산업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형 회사들이 끌고 갔다. 일부 연예인이 자기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내놓긴 했지만 화장품 시장은 자본력이 약한 인디 브랜드가 성공하기 쉽지 않았다. 화장품 제조 공장 등 생산 시설, 화장품을 팔기 위한 자체 매장(로드숍)·방문 판매 인력 등을 갖추기 어려워서다.


무신사·컬리, CJ올리브영에 도전장


무신사가 2024년 9월 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뷰티 페스타'를 진행하면서 연 팝업스토어. 박경담 기자

무신사가 2024년 9월 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뷰티 페스타'를 진행하면서 연 팝업스토어. 박경담 기자


하지만 제조, 판매 등 화장품 사업을 위한 장벽이 낮아지면서 창업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한국콜마·코스맥스 같은 ODM 회사를 찾아가면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어도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파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SNS에서 인지도를 쌓은 사람이 브랜드를 세우거나 제품이 입소문을 타 빠르게 정착하는 곳이 늘었다. 예컨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 조민씨가 지난해 말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세로랩스 제품은 금세 동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으면 꼭 들러 K뷰티 쇼핑 성지로 여겨지는 CJ올리브영의 아성을 깨려는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특히 탄탄한 고객층을 갖고 있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가 본진인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뷰티 사업을 가속화하는 게 주목받는다. 의류 플랫폼 무신사, 신선식품 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컬리가 대표적이다.

무신사, 컬리는 각각 충성 고객으로 보유한 10~20대, 30~40대가 화장품 주 소비층인 점을 활용해 2021년 11월, 2022년 11월 뷰티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뷰티 부문도 자리 잡자 두 기업은 2024년 9월, 10월에 연이어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가졌다. 이는 국내 뷰티 소비자 공략은 물론 CJ올리브영 매장이 빨아들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겠다는 행보로도 읽혔다.


흙수저가 성공하는 화장품, 하지만…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편의점, 다이소 등 오프라인 소매점이 화장품을 진열대에 올리는 모습 역시 최근 굳어졌다. 한국은 물론 K뷰티가 가장 흥행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말 플랫폼을 구축한 와이레스 같은 곳도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품력은 강하지만 수수료 부담으로 대형 플랫폼 입점을 주저하는 인디 브랜드를 유치했다"며 "인디 브랜드는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아마존 등에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이를 줄여 고품질 제품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디 브랜드 성장의 밑거름이 된 ODM 업계 역시 뷰티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주류 회사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10월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통해 ODM 회사 15위권의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한 게 한 예다. 하이트진로는 신사업 강화 차원에서 ODM 사업을 개시했다.

하지만 너도나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K뷰티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2023년 기준, 영세한 인디 브랜드가 대부분인 화장품 책임 판매업체는 자영업 중 무한 경쟁을 벌이는 대표 업종인 치킨 가맹점이 2만9,423개를 웃돈다. 필기구 회사 모나미는 2022년 모나미코스메틱을 세우고 화장품 ODM을 시작했지만 2023년 매출 3억 원에 그치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신생 회사가 크는 흙수저의 성공이 계속 나와 고무적"이라면서도 "최근 해외 바이어로부터 한국 화장품이 비슷비슷해 새 브랜드를 발굴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독창적 제품, 설득력 있는 마케팅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