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의료기기 수출액 5년간 2배 증가
가격 아닌 기술력으로 세계 무대 승부
화장품, 병원시술과 시너지 동반성장
"단계적 체질 개선, 제도 선진화 필요"
국내 미용의료기기 업체 클래시스는 매출 절반 이상이 해외 70여 개국에서 발생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피부에 고주파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기 '볼뉴머'를 미국 유통업체와 함께 현지에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해 말 초음파로 피부를 자극하는 제품 '슈링크'를 앞세워 한국무역협회의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이달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에도 발표자로 나섰다. 올해 하반기 슈링크와 볼뉴머의 유럽 의료기기규정 인증을 마치면 순차적으로 유럽 시장 수출도 확대할 전망이다.
또 다른 미용의료기기 업체 비올은 지난달 일본에서 초음파 기기 '듀오타이트'를 공식 출시했다. 앞서 일본에 진출한 고주파 기기 '실펌엑스'에 이은 제품군 확장이다. 아그네스메디컬도 독일, 프랑스 등에 이어 지난해 러시아와 모로코에까지 고주파 기기 '더블타이트'를 출시하고, 이제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세계적인 항노화(안티에이징) 열풍을 타고 미용의료기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뷰티 의료기기 기업들도 오래전부터 산업을 개척해온 유럽의 기술력을 따라잡으면서 진출 시장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과거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동남아 시장을 점유했던 데서 최근에는 높은 수준의 기술로 미국과 유럽까지 공략하는 중이다.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로 시장 확장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미용의료기기 수출액은 지난해 10억1,480만 달러(추정치)로, 2023년 9억4,134만 달러에서 약 8% 성장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2020년(5억82만 달러)과 비교하면 5년 반에 두 배나 성장한 수치다. 그중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인 미국에는 2024년(11월까지) 1억4,761만 달러를 수출했다. 2020년(6,177만 달러) 이후 5년간 약 2.5배 불어난 액수다.
국내 미용의료기기 수출 규모가 크게 성장한 건 단연 기술력 덕분이다. 해외 공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클래시스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 모노폴라 고주파, 마이크로니들 고주파 레이저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에 대해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지식재산권(IP) 총 902건, 국내 특허 100건, 해외 특허 22건을 확보했다. 여기에 지난해 또 다른 미용의료기기 업체 이루다를 이수해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 선두권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업계에서 국내 미용의료기기 기업의 가치가 인정받는 이유로 기술력 외에도 전문가들은 화장품과 의료기술 등 K뷰티 전반과의 '동반성장'을 꼽는다. 피부 리프팅과 타이트닝, 지방 감소 같은 병원 시술의 수요를 견인하고, 나아가 병원 아닌 가정에서도 쓸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로까지 시장을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소비자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 참가해 뷰티 디바이스 신제품 '스킨라이트 테라피 3S'를 공개했다. K뷰티 세부 영역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가전이나 IT 분야와 융합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선 화장품 기업을 넘어 가전 분야 대기업, 항노화 의약품을 다루는 전통 제약사까지 미용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한양행, 동국제약, 동화약품 등이 이미 협력사들과 함께 미용의료기기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인수합병 활발... 토종 기업 사라질라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 기준 세계 미용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8억 달러(약 26조 원)에서 2030년 1,457억 달러(214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해외 기업들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게 자명한 만큼, 이대로라면 K뷰티 미용의료기기 성장은 예정된 한계에 맞닥뜨릴 수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업체들을 최근 해외 사모펀드와 대규모 글로벌 기업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클래시스가 이루다를 합병하기 전인 2022년 미국 베인캐피털은 클래시스의 경영권을 6,700억 원에 인수했다. 고주파 기기 ‘포텐자’로 알려진 제이시스메디칼도 지난해 6월 프랑스계 사모펀드 아키메드에 총 9,100억 원에 인수됐다. 강시온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미용의료기기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이 이어지는 건 우수한 현금 흐름, 글로벌 확장성, 높은 성장성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토종 미용의료기기 기업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낳는다. 때문에 단계적으로 체질 개선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한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지 않고는 가격 경쟁에서 후발주자들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신생 혁신 기업들이 계속 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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