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검사실과 같은 크기 조사실 착석
도착 9분 만에 조사… 티타임도 생략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배달 된장찌개
조사 끝난 뒤 서울구치소 독거실 구금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전 11시쯤 2평(6.6㎡) 크기의 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재승(50·사법연수원 30기) 차장과 마주 앉았다. 윤 대통령보다 사법연수원 7기수 후배인 이 차장은 △사전 모의 △군·경찰을 동원한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 '12·3 불법계엄'의 전 과정에 대해 물었다. 윤 대통령은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 조사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5동 3층 338호에 마련된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진행됐다. 일반 피의자들이 조사받는 장소와 비슷한 크기로, 윤 대통령과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출입문을 등진 채 나란히 앉았다. 책상 맞은편에는 이 차장과 공수처 수사관 1명이 자리했다.
조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 대통령이 경호차량을 타고 오전 10시 51분쯤 경기 과천의 공수처 청사로 들어선 지 9분 만에 시작됐다. 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오동운 공수처장 등과의 조사 전 '티타임'도 생략됐다. 다만 이 차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등 존칭으로 최대한 예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 차장의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내란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물론 공수처 수사와 영장 자체를 '불법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진술 거부는 예상됐다. 윤 대통령 측은 조사 과정의 영상녹화도 거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피의자 동의 없이도 진술을 녹화할 수 있지만, 수사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녹화를 강행하지 않을 수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했던 검찰도 박 전 대통령의 거부 반응에 녹화를 하지 않았다.
오전 조사는 아무 소득 없이 오후 1시 30분쯤 종료됐다. 윤 대통령의 점심 식사는 조사실 복도 건너편 휴게실에서 이뤄졌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편의를 위해 마련한 이곳에는 소파 등이 구비돼 김홍일(전 방송통신위원장) 변호사 등 변호인단 대기장소로 쓰였다. 점심 메뉴는 공수처가 주문한 도시락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1시간가량 식사하면서 오후 조사 대응 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수처 관계자는 "제공한 식사를 다 드셨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 2시 40분부터 재개된 조사에선 이 차장 대신 이대환 공수처 부장검사가 투입됐다. 오후 4시 40분부터는 차정현 부장검사가 이어받아 조사했다. 두 부장검사 역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계엄 당일 각종 위헌·불법적 지시를 내린 구체적 경위를 캐물었다. 이날 공수처가 짠 질문지 분량은 200페이지가 넘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를 방패 삼아 차일피일 수사를 미루는 동안,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경 수뇌부들이 전원 구속되면서 혐의를 뒷받침할 각종 진술과 물적 증거는 확보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오후 조사에서도 진술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5시 5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저녁식사 등 휴식을 취했다. 저녁 메뉴는 배달된 된장찌개였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인 만큼, 이날 공수처 청사 안팎은 초긴장 상태였다. 윤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경호원들은 조사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대신 복도, 출입구, 화장실 입구, 휴게실 등 건물 곳곳에서 대기했다. 다만 공수처는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때와는 달리 청사 전체나 3층 전체를 비우지는 않았다. 정부과천청사 밖에는 윤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등 지지자들이 몰려 번잡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40분쯤 조사가 종료된 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내 구인 피의자 거실에 구금됐다. 윤 대통령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까지 이곳에서 혼자 지내게 된다. 정식으로 구속된 피의자 수용 거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쾌적하다. 윤 대통령은 구속되기 전이라 사복 차림으로 지낼 수 있다. 식사는 일반 피의자들과 같은 메뉴를 먹는다. 서울구치소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수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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