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우리의 실패가 쌓여 우주가 된다'
"역사가 승자의 서사이듯, 우리의 이력서도 성공만을 적습니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열매를 하나 맺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패합니까."
책 '우리의 실패가 쌓여 우주가 된다'는 24년 차 한국일보 기자인 김지은의 숨김없는 자기 고백으로 시작한다. '좋은 기사는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기자가 됐건만, 돌아보니 기사로 바꾼 건 아무것도 없었노라고. 그는 '실패한 기자'였던 셈이다.
저자는 실패를 기록하기로 한다.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 '인터뷰-엄마' '실패연대기' '애도-자살 사별자들이 마음으로 쓰는 부고'를 연재한 베테랑 인터뷰어인 그는 '실패를 키워드로 한 사람의 인생을 다시 엮어' 실패를 테마로 한 '실패 이력서'를 써내려 갔다. 책은 '실패연대기'를 통해 실패의 시간을 기꺼이 나누었던 12명의 인터뷰 기사를 묶은 것이다. 배우 김혜수가 "댓글까지 다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인터뷰 연재"라고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누적 조회 수만 5,000만 회를 넘는다.
책은 실패를 새로이 정의한다. "실패란 해볼 만한 것, 해도 괜찮은 것"(아이돌 상담심리 전문가 조한로)이며 "실패 역시 삶의 필요한 순간"(발레리노 이원국)이라는 것. 김혜수는 "실패했다는 건 최소한 '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머릿속에 있는 거? 말로만 하는 거? 중요하지 않아요. 해야죠. 실패해도 돼요. 실패가 없는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낫죠. 실패는 가능성이니까."
탈가정 청년 배혜림,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크리에이터 임라라, 가수 하림, 성매매 경험 당사자 진, 282북스 대표 강미선, 마약 중독재활시설 원장 한부식, 작가 홍인혜,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안혜정의 실패 이력서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의 실패담을 따라 읽다 보면 "좋은 인터뷰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십분 이해하게 된다. "가장 큰 실패는 실패하지 않은 삶"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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