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조경호, '악당으로부터 대한민국 지키기'
12·3일 불법 계엄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대통령과 소수 측근의 결정만으로 너무 쉽게 계엄이 가능했다. 계엄을 반대했어야 할 국무회의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 앞에서 무력했다. 여기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차기 대통령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또다시 계엄이 가능한가. 국민이 기댈 것은 '설마 또 그러겠느냐'는 안일한 낙관과 대통령의 선의뿐인가. 더 나은 민주주의는 없을까.
책 '악당으로부터 대한민국 지키기'의 저자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조경호 청와대 전 행정관은 12·3 불법 계엄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과제 13가지를 제시하며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들은 우선 국회의 사전동의제 도입을 제안한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국회의 사전동의를 받게 하자는 것이다. 1878년 프랑스 계엄법과 1968년 독일 기본법은 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회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번 사태 당시 국무회의가 심의·의결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과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무산될 뻔한 상황을 고려해 나온 제언이다.
저자들은 또 군에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명령 체계 아래 있던 수많은 군인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어떤 참극이 벌어졌을지는 자명하다. 독일 기본법 및 연방군 내부규정은 군인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수호자로서,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행동하라고 강조한다. 무비판적인 복종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과거 나치를 통해 경험한 탓이다. 독일 국방부 홈페이지도 "독일 연방군은 무조건적 복종을 알지 못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책은 이외에도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떠오른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 검찰 개혁 등 바람직한 형사사법 체계, 차기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 등이다. '민주주의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는 행진이다'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전 대통령의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되는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도약을 바라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