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F. 월터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민주주의 국가가 독재 국가로 변신하는 것은 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무시하려 하기 때문이다."
바버라 F. 월터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021년 '1·6 미 국회의사당 폭동'을 목격하고 펴낸 책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 이같이 진단한다. 독재(오토크라시)와 민주주의(데모크라시) 중간인 '아노크라시' 상태에 빠진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은 내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책은 무서우리만치 현실을 적중했다. 2차 대전 이후 독립국 중 민주화와 산업화를 다 이룬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에 내란의 위기가 닥쳤다.
"독재와 민주 중간 '아노크라시' 가장 위험"
최근 국내 출간된 책은 대한민국이 왜 내란 위기에 빠졌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저자는 "시민들이 완전한 민주주의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할지라도 정부가 언제나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독재자 지망자가 권리와 자유를 조금씩 갉아먹고 권력을 집중하면서 민주주의가 쇠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소득 불평등과 빈곤이 내전을 일으킨다는 통설을 깨뜨린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월터 교수는 사회·경제·정치 분야 38개 변수를 집어넣어 분석한다. 분석 결과 '부분적 민주주의', '가짜 민주주의' 상태인 아노크라시일 때 내전 같은 정치적 위기에 빠질 위험이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불만을 강하게 억누르는 독재 국가나 타협과 합의를 이뤄내기 쉬운 민주 국가에서는 폭력으로 비화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경계에 있는 아노크라시는 민주주의의 퇴보나 유사 독재로 흐르기 쉽다.
이는 민주주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역시 민주주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 곳곳에 징후가 있었다. "(선동가들은) 가짜 정보를 활용해 대의 정부와 자유 언론, 독립적 사법부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훼손한다. 또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설득하면서 시민들이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
"혐오와 허위정보 유포 억제해야"
한 세력이 이기적으로 권력을 욕심내면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파벌화'와 '극단주의'는 폭력 가능성을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고 책은 짚는다. "기회주의적 지도자들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공포와 원한을 활용하면서 중무장한 폭력배들로 이루어진 소규모 집단을 국민들 사이에 풀어놓으면서 내전으로 폭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극대화된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딱 한국 상황이다.
저자는 혐오와 허위정보 유포를 억제해야 내전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소셜미디어 확성기를 치워 버리고, 협박꾼, 음모론자, 봇, 트롤, 가짜 정보 전파 기계, 혐오 장사꾼, 민주주의의 적들이 떠들어 대는 스피커 소리를 줄이세요."
책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대신 민주주의를 개선하는 데서 해답을 구한다. "한 나라의 거버넌스의 질을 개선하는 게 경제 개선보다 더 중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공정한 선거 제도'와 '시민 교육', '법치주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 대다수가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믿을 때에만 작동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한 내란'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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