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망 강신옥 회고록
홍윤오, '영원히 정의의 편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1970~80년대 군사 독재 시절 역사적 사건 피해자들을 대변한 대한민국 1세대 인권변호사 강신옥의 회고록이 반가운 이유다.
최근 출간된 '영원히 정의의 편에'는 2021년 7월 숨진 강 변호사의 사위이자 한국일보 기자 출신 홍윤오씨가 생전 인터뷰를 토대로 썼다. 책은 강 변호사의 눈과 입을 빌려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다.
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1979년 10·26 사태를 일으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평가다. 강 변호사는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부탁으로 김재규의 변호를 맡았다. 김재규는 1980년 내란 목적 살인 및 내란미수죄로 사형이 집행됐다. 강 변호사는 회고록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동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각하는 갈수록 애국심보다 집권욕이 강해졌다'는 진단이었다"며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적 소의를 희생한 의인"이라고 평가했다.
김재규 사후에도 그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강 변호사는 "민간인 김재규가 일반 법원이 아닌 계엄 군법회의에서 재판받은 점, 정당한 방어권 기회를 박탈당한 점 등"의 이유를 들며 "재심을 통해 '내란 목적 살인' 죄목 중 '내란 목적'만큼은 빼는 것이 역사적, 사법적 책무이자 김재규의 명예를 최소한이나마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의 편에 설 것을 강조하며 실천한 강 변호사의 개인적 면모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 변호사는 1974년 7월 민청학련 사건 당시 결심 공판에서 "애국 학생들을 국가보안법 등으로 걸어 빨갱이로 몰아 사형을 구형하고 있으니 이는 사법 살인 행위다. 악법에는 저항할 수 있다"고 최후 변론을 했다. 이 변론으로 강 변호사는 법정모욕죄 등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평소 "정의란 죄 없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지 않고, 죄지은 사람에게는 성역 없이 벌을 주는 것"이라면서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일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좌파와 우파의 차이도 없다"고밝혀 왔다. 정의의 개념조차 진영 논리에 오염된 오늘날, 여전히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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