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美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
로렌스 카츠 함께 쓴 '교육과 기술의 경주'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나라"였던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의 늪으로 경로를 이탈했다. 빠른 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숙련 기술 보유자(고학력자)의 소득이 늘면서 임금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게 지금까지의 통설.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과 그의 남편 로렌스 F. 카츠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함께 쓴 '교육과 기술의 경주(The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는 이를 정면 반박한다.
현대 미국의 불평등 원인은 '학력 변화'가 주요했다
저명한 경제학자 두 사람이 미국인의 교육·소득 정보를 수집한 인구 총조사(센서스), 주(州) 단위 교육 데이터 등 100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면밀히 살펴 얻은 결론은 단순 명료하다. 교육과 기술이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인 결과가 불평등으로 나타났다는 것.
'인적 자본의 세기'였던 20세기 초 미국은 교육 덕분에 전 세계를 호령할 수 있었다. 책에 따르면 교육이 기술과의 경주에서 앞섰던 때다. 미국은 19세기부터 대부분의 시민에게 무상 초등교육을 제공했다. 당시 패권을 쥐고 있던 유럽보다 빨랐다. 이후 중등교육과 대학교육까지 모든 수준에서 미국이 우위에 섰다. 기술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대졸 노동력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면서 임금 프리미엄을 낮추는 압력이 작용했다. 무상 교육은 경제적 불평등 완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20세기의 마지막 20여 년은 달랐다. 대학 진학률 등 미국 교육 지표들은 정체하거나 추락했다. 기술이 교육을 앞질렀다.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기술 변화 정도나 고숙련·고학력 노동자에 대한 수요 증가는 20세기 전체를 꿰는 공통적 현상인데 이런 간극은 어디서 오는 걸까. 두 저자는 "20세기 동안 추세에 크게 변화가 있었던 쪽은 수요가 아닌 공급이었다"는 데 주목했다. "교육을 더 많이 받은 노동자의 공급 증가율 변화가 불평등 추세에 변화를 가져온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대졸 노동자의 감소가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켰다는 얘기다.
불평등 해소하는 '백년지대계' 교육의 힘
불평등을 완화할 힘은 교육이다. 책은 "사람들이 더 많이 교육받게 할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주에서 기술이 계속해서 빠르게 달려간다면, 그리고 교육에서의 성취가 빠르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불평등은 앞으로 계속 더 심화될 것"으로 진단한다.
구체적으로 '불리한 배경의 아이들'에게 취학 전 교육을 확대하고, 대학 진학을 독려하기 위해 장학금 혜택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불평등 감소 효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보다 직접적인 분배 대책도 내놓았다. 소득 분포의 꼭대기 층인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높여 저소득층의 급여세 감면, 근로소득 세액 공제, 의료 접근성 보장 등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미국을 성장모델로 삼았던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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