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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사회를 이루고 사는가"... 새해 추천 도서 5권

입력
2025.02.01 04:30
수정
2025.02.01 21:5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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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자 새해 추천 도서]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조봉암평전' 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 매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읽습니다. 또한 이 세상을 뒤로한 채 저의 상상 너머, 저의 지식과 인생 경험 밖에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읽습니다."

독서는 혼자 하지만 홀로가 아님을 발견하게 되는 일입니다. 지난해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김동수 작가, 노승영 번역가, 권윤덕 작가 등 5명이 새해를 열며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합니다. 소설부터 르포르타주로 쓴 역사 인물 평전, 그래픽노블, 과시용 독서에 제격인 두툼한 벽돌책, 한 예술가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책까지. 무엇보다 읽는 즐거움을 일깨울 책들입니다.

지혜와 변화를 상징하는 푸른 뱀의 해, 한 권의 책을 길잡이 삼아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한 해이길 바랍니다.

상처 회복하려면...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정혜용 옮김·열린책들 발행·352쪽·1만5,800원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정혜용 옮김·열린책들 발행·352쪽·1만5,800원


제목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 '플라토노프'의 한 구절 "죽은 자들은 땅에 묻고 살아 있는 자들을 고쳐야지"에서 따왔다. 몸을 고치는 일이나 사회를 고치는 일이나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서보경 교수는 "일찍이 사라졌어야 할 망령들이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꼼꼼히 상처를 여미고 훼손된 부분들을 복원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의 틀과 힘이 필요한지를 이 소설을 통해서나마 함께 익히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그간 만들어낸 규칙들이 이렇게 쉽게 비틀어지다니, 공적이고 중한 일을 맡은 사람들의 책임의식이 이토록 하잘것없었던가 허탈감이 클 때, 무엇을 위해 우리가 이렇게 복잡한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고 싶을 때 일독을 권합니다.

서보경 교수

정치 보복 막으려면... '조봉암평전'

조봉암평전·이원규 지음·한길사 발행·632쪽·2만8,000원

조봉암평전·이원규 지음·한길사 발행·632쪽·2만8,000원

죽산 조봉암(1899~1959). 독립운동가였고 조선공산당 창당을 주도했으나 광복 후 전향해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서 농지개혁을 성공시킨 인물. 이승만 독재에 맞섰다가 간첩으로 몰려 '사법 살인'을 당했다. 책은 평생 리얼리즘 소설을 써온 이원규 작가가 3년간 독립운동사와 공산주의 운동사 자료를 훑어 조봉암의 생애를 써내려간 결과물이다. 일반적인 평전이나 역사서와 달리 소설과 르포를 섞어 썼다.

공산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전향하던 순간이나 당대의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승만 정부에 입각하기까지 죽산의 고뇌와 치열함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부제 '잃어버린 진보의 꿈'에서 보듯 좌우 이념을 넘어 한발 더 나아가는 정치를 꿈꿨던 죽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박혁 연구위원은 "서슬 퍼런 독재에 맞서 싸우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면서도 '정치 보복은 자기에서 끝났으면 좋겠다'며 유언을 남긴 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며 "그 이후로도 정치 보복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리 역사를 볼 때 다시 새겨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죽산을 통해 좋은 정치인의 모습을 봤습니다. 좋은 정치가 있으려면 좋은 정치인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신념이 있지만 유연함도 함께 갖춘, 이념이나 진영과도 불화할 용기가 있었던 죽산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표상으로 모자람이 없습니다.

박혁 연구위원

친구가 필요하다면... '로봇 드림'

로봇 드림·사라 바론 지음·놀 발행·208쪽·1만9,800원

로봇 드림·사라 바론 지음·놀 발행·208쪽·1만9,800원

미국 그래픽노블 '로봇 드림'은 우정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도시에 사는 '개'는 손수 조립한 '로봇'과 단짝이 된다. 그러나 여름을 맞아 떠난 해변에서 둘은 뜻밖의 이별을 맞는다. 바닷물에 녹슬어버린 로봇이 꼼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찌할 바 모르던 개는 도시로 돌아가 해결책을 찾아 헤맨다. 그렇게 떨어진 채로 시간은 흐른다. 개는 또다시 로봇과 같은 친구를 찾으려 노력하고 로봇에도 여러 인연이 오고 가지만 예전처럼 진실된 우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책은 시체스영화제, 유럽영화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의 원작이다. 절판되었다가 애니메이션이 국내 개봉하면서 지난해 3월, 14년 만에 복간됐다.

김동수 작가는 "마지막 부분을 다시 보고 싶어 종종 책장에서 꺼내 읽는 책"이라고 했다. "의성어, 의태어 외에는 글이 없고 그림도 매우 단순하지만 모든 상황과 감정이 스며들 듯 전달된다"며 "로봇의 마지막 배려와 선물은 잠시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든다"고 말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같이 있으면 편안한 친구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는 그리고 알게 될 모든 이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김동수 작가

인간을 이해하려면... '행동'

행동·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문학동네 발행·1,040쪽·5만5,000원

행동·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문학동네 발행·1,040쪽·5만5,000원

인간은 한없이 잔인하면서도 한없이 이타적이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두 얼굴, 양면성에 대한 의문은 시대를 초월해 중요한 연구 과제이자 예술 작품의 단골 소재였다. 책 '행동'은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및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인 로버트 M. 새폴스키가 인간 본성의 '특별한 잔인함'과 '희소한 이타성'에 몰두해 10년 넘게 집필한 책이다. 노승영 번역가는 "진화생물학, 동물행동학, 심리학, 정치학을 종횡무진하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책의 서술 방식은 독특하다. 어떤 행동이 벌어진 그 순간, 그 사람의 반응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알아본 뒤, 그 시점으로부터 조금씩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1초 전, 몇 시간 전, 며칠 전을 거쳐 수정란이던 시기까지. 그리고 끝내 우리 종의 오랜 진화 역사가 남긴 유산까지 살펴본다.

1,000쪽이 넘는 '벽돌책'으로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곳곳에 녹아든 유머로 '재미있다'는 게 강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저자에 대해 "제인 구달에 코미디언을 섞으면, 새폴스키처럼 글을 쓸 것"이라고 극찬했다.

제가 가슴에 새긴 결론은 이것입니다. '착한 행동은 결단일 뿐 아니라 습관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논쟁과 더 많은 연습입니다.

노승영 번역가

사랑하고 싶다면... '빈센트 반 고흐-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빈센트 반 고흐 지음·H. 안나 수 편저·이창실 옮김·생각의나무 발행·412쪽·3만9,000원

빈센트 반 고흐-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빈센트 반 고흐 지음·H. 안나 수 편저·이창실 옮김·생각의나무 발행·412쪽·3만9,000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를 꼽는다면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닐까. 한쪽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그의 그림 '자화상' 역시 모르기 어렵다. 하지만 명성은 때때로 우리가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온전히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천재', '광인' 등 고흐에게 덧씌워진 세간의 단편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이 소장한 드로잉과 회화 작품 250여 점,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150여 통을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면밀히 조명한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였던 편저자 H. 안나 수의 논평이 고흐의 그림과 편지, 삶을 일관된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에 대한 미움이 자라날 때, 고흐의 편지글이 그의 그림만큼이나 위로가 된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건 성당보다 사람들의 눈이야. 이들 눈 속에는 성당에 없는 무언가가, 엄숙하고도 위엄이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불쌍한 거지의 영혼이든 매춘부의 영혼이든, 내가 보기엔 인간의 영혼이 더 흥미로운 대상이야."

책꽂이 아래 칸에서 두꺼운 화집을 꺼내 손 가는 대로 몇 쪽을 펼칩니다. 잘 인쇄된 그림과 일기를 훑어보며 화가의 마음과 잠시 하나가 되어봅니다. 그가 사랑한 자연과 사람들, 나도 설레어 그것들을 사랑하고 싶어집니다.

권윤덕 작가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자들이 새해를 열며 함께 읽고 싶은 책 한 권씩을 추천했다. '휘말린 날들'의 저자 서보경(위에서부터)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헌법의 순간'을 쓴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오늘의 할 일'을 쓰고 그린 김동수 작가,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을 우리말로 옮긴 노승영 번역가, '민주인권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한 권윤덕(마지막 사진에서 가운데)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자들이 새해를 열며 함께 읽고 싶은 책 한 권씩을 추천했다. '휘말린 날들'의 저자 서보경(위에서부터)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헌법의 순간'을 쓴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오늘의 할 일'을 쓰고 그린 김동수 작가,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을 우리말로 옮긴 노승영 번역가, '민주인권 그림책 시리즈'를 기획한 권윤덕(마지막 사진에서 가운데)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리= 송옥진 기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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