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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냐, 안전이냐

입력
2025.02.03 17:00
수정
2025.02.03 17:53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3일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화재현장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 경찰, 소방 등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화재현장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 경찰, 소방 등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973년 7월 11일, 승객 117명과 승무원 17명을 태운 브라질 바리그 항공 820편이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 인근 5㎞ 지점에 비상 착륙했다. 이 여객기(보잉 707)는 리우데자이네루를 출발, 파리에 들러 런던 히드로 공항까지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를리 공항 접근 중 기체에 갑자기 불이 붙어 공항 근처 양파밭에 불시착해야 했다.

□ 화재 원인은 ‘담뱃불’이었다. 한 승객이 기내 화장실 쓰레기통에 불붙은 꽁초를 버렸고, 이로 인한 화재로 객실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찼다. 기장은 운항시간이 1만8,000시간에 가까운 베테랑이었지만, 불이 붙은 비행기를 공항까지 조종할 순 없었다. 비상 착륙의 충격은 엔진 네 개가 다 떨어져 나갈 정도로 컸다. 결국 123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고 후 미 연방항공청(FAA)은 항공사들에 △기내 화장실 금연 △담배꽁초 휴지통 투기 금지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붙이도록 하고, 이를 기내 안내방송을 통해서도 알리라고 고지했다.

□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담뱃불이 비행기를 태워 먹은 사고 이후로도, 20년 이상 객실 흡연은 계속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회원국에 흡연 금지를 권고한 것은 1996년이다. 이마저도 안전 문제로 금지했다기보단, 폐쇄 공간에서의 간접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늘 ‘안전제일’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 안전이 ‘편의의 관성’을 이기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 지난달 28일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의 원인이 ‘보조배터리’일 수 있다는 단서가 나왔다. 제주항공 참사(철새, 로컬라이저)에서 봤다시피, 높은 고도와 빠른 속도가 필수적인 항공기 운항에선 상상할 수 없던 변수도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상교통에 비해 돌발상황에 대처할 방법도 제한적이다. 보조배터리 휴대 문제도 안전과 편의가 벌이는 싸움이다. 막으면 불편하고, 계속 허용하면 위험변수가 남는다.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는 비교적 자명하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비행기에 실을 물건인지만 판단하면 된다. 기내 금연 때처럼 시간 끌 이유는 없다.

이영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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