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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배우의 차별 발언

입력
2025.02.04 18:00
수정
2025.02.04 18:14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지난달 5일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 앞서 열린 레드 카펫 행사에서 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벌리힐스=EPA 연합뉴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지난달 5일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 앞서 열린 레드 카펫 행사에서 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벌리힐스=EPA 연합뉴스

지난해 제77회 칸국제영화제는 화제작이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극화한 ‘어프렌티스’가 눈길을 잡았고, 배우 데미 무어가 나체 연기를 선보인 ‘서브스턴스’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도 도발적인 영화였다. 멕시코 마약 조직 두목이 수사를 피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파격이었다. 마약 조직이라는 흉포한 소재에 성 소수자 문제를 포개며 인화성을 높였다.

□ 여러 면에서 전복적인 ‘에밀리아 페레즈’는 배우 기용 역시 관객의 허를 찔렀다. 실제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한 스페인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마약 조직 두목을 연기했다. 가스콘은 197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카를로스 가스콘이라는 이름으로 1995년부터 배우 활동을 했다. 19세 때 만난 여자와 결혼해 2011년 딸을 보기도 했다. 2018년부터 여배우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에밀리아 페레즈’로 칸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로서 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 가스콘의 수상 행보는 칸영화제가 끝이 아니었다. 유럽영화상 여자배우상을 받는 등 여러 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올랐다. 다음 달 2일 열릴 제97회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트랜스젠더가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가 된 건 가스콘이 최초다. 하지만 가스콘은 최근 인종 차별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걸 두고 “오스카가 점점 아프로-코리안 축제를 보는 것 같다”는 글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 가스콘을 여우주연상 후보로 선정한 건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개방성과 관련 깊다. AMPAS는 원래 백인 남성 위주 보수적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여정과 말레이시아 배우 미셸 여(양자경·여우주연상)에 트로피를 안기며 차별의 벽을 부숴왔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올해 아카데미 최다인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가스콘의 구설로 기세가 꺾이게 됐다. 자신을 오스카 무대에 설 수 있게 한 변화에 대해 비난한 그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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