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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5/02/05/5ec72d6b-bb23-44ae-af59-811746634179.jpg)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어제 한국일보가 보도한 ‘민주당 상속세법 개정 추진’도 그 일환이다. 민주당은 상속세 일괄 공제액과 배우자 공제 최저 한도를 높이려 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에도 민주당 당론을 무너뜨리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밀어붙였다. 모두 ‘부자감세’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또 반도체 연구직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도 수용하기로 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 직선제 이후 첫 진보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도 신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했다. 외국인 주식 한도 철폐 등 금융시장 개방, 정리해고제 도입과 비정규직 급증으로 이어진 파견근로제 확대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소비 진작책으로 도입한 신용카드 발급 기준 완화는 결국 카드 연체율 급등과 개인 파산 사태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의 외세 영향 속에 경제정책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진보 진영 전폭적 지지 속에 당선된 후임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 역시 글로벌 신자유주의 조류를 거스를 수 없었다. 대통령 당선 직후 법인세를 인하하며 좌파 신자유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하고, 자회사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같은 친재벌 정책을 내놓았다. 2005년엔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며 ‘친시장 친기업 정책’이 대세라고 인정했다.
□ ‘좌파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우파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역설은 종종 발견된다. 이는 각 진영이 중도 무당파를 포섭하려는 정치적 산법의 산물이다. 이런 전략이 성공하려면 필수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바로 ‘집토끼’의 굳건한 신뢰다. 지금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 성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진보뿐 아니라 중도가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망설이는 결정적 이유는 그가 좌파이기 때문이 아니라, 독단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그의 우클릭 전략이 성공하려면 이런 의구심부터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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