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1차 시추 결과는 "경제성 없다"
기후·환경계 "가스전 개발 전면 철회해야"
탈탄소 패러다임 전환 속 화석연료 수요↓
"탄소비용 환산 시 최대 2,416조 부담돼
그 돈으로 발 빠르게 재생에너지 투자를"

지난해 12월 30일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기시대'(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청동기·철기시대'(재생에너지)로 넘어가야 함에도, 정부는 구시대적 안보 구호를 여전히 외치면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7일 발간된 기후솔루션 '시대착오적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무엇을 놓치고 있나' 보고서 中
산유국의 꿈을 키우게 했던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첫 탐사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자 기후·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화석연료 개발 사업은 모두 중단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소중립 급한데 '탄소 뿜뿜' 가스전 개발?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왕태석 선임기자 2024.06.07
녹색연합은 지난 6일 산업통산자원부가 '대왕고래' 1차 탐사 시추 결과를 발표한 이후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로 판명난 만큼 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호 국정 브리핑' 안건으로 이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부터 대통령 지지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것 아닌지 의혹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산업부와 여당에서 추가 시추 필요성을 거론한 것을 두고도 "이런 프로젝트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는 건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 재원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관기사
기후단체인 플랜 1.5도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따르면 석유·가스 수요는 2050년까지 현재보다 7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대왕고래 사업이 경제성 없는 좌초 자산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환경운동연합·기후솔루션 등 단체들도 "동해 가스전에서 가스가 채굴되더라도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9배에 달하는 최대 58억 톤의 온실가스가 발생시킨다"며 "이를 탄소비용으로 환산하면 최대 2,416조 원(기후솔루션 추정치) 부담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설사 정부가 언급한 대로 '최대 140억 배럴 규모 석유·가스'가 채굴된다고 해도 가스전에서 배출될 막대한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데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산유국도 그린수소 투자··· "재생E가 미래"

기후솔루션이 지난달 7일 발간한 '시대착오적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무엇을 놓치고 있나' 보고서 일부.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바와 같이 설사 '가스·석유 매장량'이 140억 배럴에 달한다고 한들, 화석연료 신규 개발로 인해 배출될 막대한 양의 탄소를 상쇄하려면 2,000조 원대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는 게 기후솔루션 추산치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가 밀어붙였지만 기후·환경단체들은 이마저도 헛꿈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 각국이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는 추세인 데다,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신규 화석연료 투자를 제한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IEA 전망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경제·산업 구조를 전환한다면 천연가스 수요는 2023년 대비 2050년 79%, 석유 수요는 77% 감소한다.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초 '시대착오적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무엇을 놓치고 있나' 보고서에서 "알리안츠·스위스 리 등 29개 주요 보험사와 BNP 파리바 등 세계 83개 주요 은행은 신규 유전·가스전 투자 중단을 선언해 10년 뒤 개발을 목표로 하는 탐사 사업 추진 시 금융 조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처럼 주요 산유국들도 미래를 보고 재생에너지·그린수소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세계적인 트렌드에서 벗어난 가스전 개발 계획 및 시추 계획을 철회하고, 확실한 대안인 재생에너지에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