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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맨' 트럼프를 움직여라… 美서 숙제 받아 온 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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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맨' 트럼프를 움직여라… 美서 숙제 받아 온 통상본부장

입력
2025.03.15 15:40
수정
2025.03.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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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첫 한미 통상 수장 회담
정인교 “상호관세 면제·비차별 요청”
상호관세 폭풍전야… 결정은 트럼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한 달도 채 안 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숙제를 잔뜩 떠안았다. ‘한국 관세가 미국의 4배’라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들 제안이 필요하다.

정 본부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외교 상대방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공개했다. 한미 양국 통상당국 수장이 만난 것은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처음이다.

핵심 의제는 트럼프가 다음 달 2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호 관세였다. 상호 관세는 상대국 관세 수준에 맞춰 조정한 자국 관세를 가리킨다. 대부분 나라를 상대로 어떻게든 수입 관세를 인상한다는 게 트럼프 심산이다. 정 본부장은 “우리에 대한 관세 면제 또는 적어도 주요국들에 비해 비차별적 대우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설득 근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그는 “FTA를 통해 관세뿐 아니라 미국이 문제 제기하는 우리의 비관세 조치도 상당 수준 해소되거나 관리되고 있으며 양국 간 교역이 양적, 질적으로 확대돼 왔음을 적극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측도 한미 FTA에 따라 양측 관세가 0%에 가까운 수준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포괄적 경제 협력 틀로서 한미 FTA의 유용성에 공감하며 합리적이고 호혜적인 진전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오해를 바로잡는 데에도 정 본부장은 힘썼다. “한국 관세가 미국 4배”라는 4일 트럼프의 연방의회 연설 발언에 대해 “양측 인식 차가 있는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설명하고 이를 근거로 상호 관세가 고려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주 전부터 인터넷에 한국의 관세율은 12%, 미국은 3%라는 수치가 나와서 (출처 기관에) 즉각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그 자료와 (트럼프 발언이) 관련이 있지 않을까 유추한다”며 “12%는 전 세계 무역 대상국을 상대로 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라고 설명했다.

12일 부과되기 시작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대상 25% 관세도 의제였다. 정 본부장은 “우리 철강 수출이 미국 산업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미국에서 생산이 부족한 품목의 공급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하방산업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음을 설명해 한국 철강 관세 면제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양국 간 교역 불균형에 관한 미국 측 우려에 대해서는 대미 투자에 따른 현지 생산 확대,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문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인교(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미국 워싱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인교(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미국 워싱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날 면담에서 미국은 △농업 분야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위생·검역(SPS) △한국의 디지털 통상 장벽 △한국을 통한 철강 등 중국 제품의 대미 우회 수출 등을 문제 삼는 한편 △미국산 에너지를 한국이 많이 수입해 달라고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농업 부문 SPS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한국이 시정할 게 많다고 미 측이 얘기했다. 그것(쇠고기)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면담은 이날 오전에 1시 30분가량 진행됐다. 예상보다 30분 늘었다고 한다. 긴 시간이 한국 입장 설명에 할애됐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았다. 정작 보스는 따로 있다. 정부 당국자는 “그리어 대표는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각국이 의미 있는 제안이나 대책을 갖고 오면 대통령에게 잘 보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숙제가 상당히 많아진 셈”이라고도 했다.

정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그리어 대표 외에도 한국계 첫 연방 상원의원인 앤디 김(민주·뉴저지) 의원,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및 현지 로펌 전문가와 면담하고 미국에 진출한 한국 철강업계와 간담회도 가졌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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