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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무장 와중에 푸틴과 핵군축 논의… 트럼프의 백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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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무장 와중에 푸틴과 핵군축 논의… 트럼프의 백일몽?

입력
2025.03.19 15:30
수정
2025.03.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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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무기 확산 중단 필요”… 이란 겨냥
“군사비 과다”… 누차 러·中과 협의 희망
긴장 고조 국제 안보 불안 현실과 괴리

1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촬영된 사진은 아니다. AFP 연합뉴스

1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촬영된 사진은 아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8일(현지시간) 핵무기 비확산 문제를 논의했다. 강대국 간 핵 군축 협상 재개를 기대하게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때문이다. 이를 잘 반영하는 게 유럽의 재무장 움직임이다.

종료 앞둔 미러 핵 감축 조약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 논의를 위한 통화에서 전략 무기(주로 핵무기) 확산 중단의 필요성을 의논했고,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이를 적용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대화하기로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두 정상이 글로벌 안보와 핵 비확산 문제를 협력해 다루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 논의의 배경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으려는 미국의 러시아 단속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백악관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견해를 두 정상이 공유했다”고 전했는데, 이스라엘 파괴에 이란이 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핵무기다. 이란 핵무장의 저지는 미국의 오랜 목표였고,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던 참이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핵 군축 대화 가능성을 타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 때 중국·러시아와의 핵 군축 추진 희망 의사를 피력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정리되면 내가 처음 하고 싶은 회담은 중국·러시아와 핵무기를 감축하고 무기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한 회의”라며 “군사비를 반으로 줄이자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더불어 전략 무기 확산 중단에 대해 소통하고 싶은 상대가 중국일 수 있다.

러시아 화가 알렉세이 세르지엔코가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르지엔코 갤러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조합한 자신의 작품 ‘세상에 평화를’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화가 알렉세이 세르지엔코가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르지엔코 갤러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조합한 자신의 작품 ‘세상에 평화를’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이터 연합뉴스

2011년부터 발효한 미러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의 종료 시기가 내년 2월이어서 시간도 빠듯하다. 뉴스타트가 끝나면 미러 간 핵무기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협정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급속히 핵무기를 늘려 가고 있는 중국은 아예 참여하고 있는 국제 군축 협정이 없다. 중국 포섭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게 미러 간 대화 재개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핵보유국으로 언급된 만큼 한반도도 핵 군축 대화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비확산, 실현되기 힘든 희망”

그러나 현재 글로벌 안보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2014년)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2022년)을 계기로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각이 첨예해지면서 오히려 재무장 가능성이 커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5년 내에 재무장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이 군축 대화에 참여할지도 불투명하다. 미국은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각국에서 독자 핵무장론도 비등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션 선임고문과 마리아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은 18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비확산은 중요한 이슈이지만 실현하기 힘든 수사(pious rhetoric)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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