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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흔든 오세훈, '전세 10년' 말 바꾼 이재명... '부동산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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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흔든 오세훈, '전세 10년' 말 바꾼 이재명... '부동산 헛발질'

입력
2025.03.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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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설익은 부동산 공약 논란
吳 강남권 토지거래해제 번복
집값 폭등 예측 못한 '정책 오판'
"뼈아프게 생각한다" 고개 숙여
李 세입자 표심 겨냥 '전세 10년'
시장 혼란 비판 일자 뒤늦게 선 긋기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박상우(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박상우(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여야 유력 대권주자들이 부동산 표심을 겨냥한 설익은 포퓰리즘 정책을 앞다퉈 내놨다가 스텝이 제대로 꼬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실패로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년 전세'를 띄웠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공식 추진은 없다"고 뒤늦게 발을 뺐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야 공히 집주인과 세입자 공략을 위해 선심성 정책에 올라탔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을 자극하며 시장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오 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강남 3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는 상처만 남긴 채 끝났다. 서울시는 이날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푼 지 한달 만에 다시 지정하며 정책을 번복했다. 서울시는 당초 토허제 해제 이후 시장변동성이 크지 않다며, 불합리한 규제 철폐 필요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토허제를 풀자마자 강남권 집값은 급등했고, 전체 부동산 시장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파급력이 큰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책 오판'이다. 오 시장은 "지정 해제 이후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사과문을 썼다. "송구하다", "뼈아프게 생각한다"는 절절한 표현이 말해주듯 오 시장이 입은 정치적 내상은 커 보였다.

토허제 번복 사태는 오 시장의 대선 행보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합리적 보수' 기치를 들고 중산층, 중도층 표심을 노렸던 오 시장은 '규제 해제' 등을 골자로 한 성장 회복을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토허제 번복 논란으로 규제 완화 정책 행보는 틀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시정 성과로 띄우려했던 '유능한 정책 전문가' 이미지에도 금이 가게 됐다.

정치권 반응도 싸늘하다. 친정인 국민의힘에서조차 "해제 당시 좀 더 깊은 연구를 검토했어야 하지 않나"(권성동 원내대표)라는 아쉬움이 나올 정도다. 대선 경쟁자들도 "갈대처럼 흔들리는 리더십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홍준표 대구시장) "부동산 시장 들썩이는데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것"(유승민 전 의원)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야당에서도 "서울 부동산이 오세훈 시장의 대선 놀이터냐" "오 시장의 대권 욕심에 왜 국민들이 고통받아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이재명(앞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앞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 급발진'으로 체면을 구긴 건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최근 민주당 산하 민생연석회가 내놓은 '전세계약 10년' 의제를 두고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자 "당 공식 입장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라고 뒤늦게 부인하고 나섰다. 민생연석회의는 20대 민생의제와 60개 정책과제를 야심 차게 발표했는데, 세입자 보호를 위해 주택 임대기간 10년을 보장하고, 향후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논란이 됐다.

당장 시장에선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전세 시장 교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 대표는 "민생을 위한 논의 주제일 뿐 추진 과제가 아니다"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민생연석회의 의장을 이 대표가 맡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선 '자기부정'이란 지적이 나왔다.

전세계약 10년 논란은 이 대표의 중도 확장 전략에도 타격을 입혔다는 평다.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는 지난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겐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문재인정부가 임대차 3법으로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이보다 더 강화된 정책을 던지다 보니, 민주당 정책은 '오락가락한다'는 부정적 인상만 심어줬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표심을 겨냥한 여야의 감세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은 지방에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 한해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띄웠다. 비수도권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감세 혜택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그러자 다주택자에게 비판적인 민주당도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살펴보겠다"고 이례적으로 호응했다. 다주택자들을 향한 구애로 여야 감세 경쟁의 연장선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때마다 부동산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다보면 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뿐더러,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치권이 단기적인 정책을 조급하게 도입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의 이벤트성 정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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