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러 관계, 제3자 영향 안 받는다"
"시, 트럼프·푸틴 협상 못마땅할 것" 분석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회의 중 대화하고 있다. 카잔=AP 연합뉴스
미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러시아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부쩍 강조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감싸기' 행보에는 중러 간 거리를 벌려 놓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 중국 또한 러시아와 밀착하며 미국에 견제구를 던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을 맞은 24일, 화상 통화를 하며 최근 국제 정세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며 친분을 과시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두 정상의 대화에 대해 25일 "트럼프의 '역(逆·reverse)닉슨 전략'을 향한 명시적 거부"라고 평가했다. '닉슨 전략'이란 냉전 시기인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옛 소련(현 러시아)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기존의 적대 노선을 접고 유화 정책으로 전환한 외교 전략을 뜻한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집권 1기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반대로 응용, 친(親)러시아 노선으로 '중러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는 게 '역닉슨 전략'이다. 목적은 '중국 견제'다. 이에 다급해진 시 주석이 24일 통화에서 유독 "중러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지도, 제3자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며 최근 미러 간 밀착 흐름, 특히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향해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게 NYT 등 서방 언론들의 해석이다.
세르게이 라첸코 미국 존스홉킨스 고등국제대학원 교수는 NYT에 "중국은 트럼프가 푸틴과의 (일대일 종전) 협상에 나선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러 간 관계 개선·협력 강화가 러시아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담당 국장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역닉슨 전략의 30%만 성공해도 시진핑은 자신이 12년 동안 공들인 '중러 간 전략적 동맹'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역닉슨 전략'이 아직까지는 중러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지 못한 듯하다. 24일 시 주석은 "역사와 현실은 중러가 떨어질 수 없는 진정한 친구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는 중국을 고도로 중요하게 여긴다. 양국 관계 발전은 일시적 사건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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