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에 올린 교량 보 추락
'교량 보 가설장비' 철수 중 사고
전문가 "장비와 보 분리 안 한 듯"

25일 오전 9시 49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도림리 인근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 교량 보가 붕괴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하상윤 기자
25일 10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의 원인이 작업자 과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설계 오류나 기상 악화가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9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도림리 인근에서 고속도로 교량을 건설하던 중 교각 위 교량 보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교량 보 가설장비(론처)를 교각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교량 보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교량 건설은 ①교각들을 세우고 ②교량 보 가설장비를 교각들 위에 한 방향으로 차례로 밀어 올린 다음 ③교량 보를 교각 상단 받침대에 설치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교량 보 가설장비는 교량 보를 설치한 뒤 왔던 방향으로 후진해 철수한다.
사고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보가 부족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인재에 무게를 뒀다. 박영석 명지대 건설환경공학전공 명예교수는 “교량 보가 설치 뒤에 무너지는 사고는 드물다”며 “현장에서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도 “바람이 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기상이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가설장비 운용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교량 보는 교각 받침대에 얹혀있어 10~20㎝만 뒤로 당겨도 아래로 떨어진다”며 “교량 보 가설장비를 후진시키기 전에 교량 보와 완전히 분리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교량 보 가설장비가 움직이며 교량 보를 잡아당긴 결과, 앞쪽 교량 보가 받침대에 떨어졌고 다른 교량 보들도 균형을 잃고 추락했다는 가설이다.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사고 현장을 가능한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사고 현장과 붕괴 당시 영상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교량 가설장비와 교량 보를 분리하는 인부들, 이를 감독한 감리와 현장 공무과장 등 현장 인력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공사 컨소시엄 주관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장은 원인을 추정할 단계가 아니라며 사고 수습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도 사고 당시 교량 보 가설장비와 교량 보의 상태, 먼저 떨어진 부재 종류, 교량 보 가설장비의 현재 상태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사고 경위만 파악한 상황으로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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