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업적 기린 게시글 지우고
나바호족 암호 체계 설명도 없애
"원주민 업적 공공 게시물 사라져"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해병대 투혼을 상징하는 '일본 이오지마 성조기 게양' 사진. 1945년 2월 23일 이오지마 스리바치산 정상에서 촬영했다. 맨 왼쪽에 있는 인물이 원주민 병사인 아이라 헤이스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아카이브 제공
미국 국방부가 미 해병대 투혼을 상징하는 '일본 이오지마 성조기 게양 사진'과 관련, 해당 사진 속 원주민 병사를 기리던 홈페이지 게시물을 삭제했다. 미국 내 진보 의제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원주민 전쟁 영웅들의 기록까지 지우고 있는 것이다.
'전쟁 영웅화'에 희생됐던 원주민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태평양전쟁(1941~1945년) 미군 원주민 전쟁 영웅인 아이라 헤이스의 추모 게시물이 사라졌다.
헤이스는 미군 원주민 병사의 상징 격인 인물이다. 태평양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이오지마에 파병됐던 그는 1945년 2월 23일 우연히 미국 역사에 남은 사진 한 장의 주인공이 됐다. 전투 승기를 잡은 미군이 섬에서 가장 높은 스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게양할 때 직접 깃발을 세운 병사 여섯 명 중 한 명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은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 앞에 동상으로 재연되는 등 미군의 전의를 보여주는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작 헤이스는 불우한 삶을 살았다. 스리바치산 성조기 게양 당일 이오지마에 도착해 격렬한 전투에 참가한 적 없던 그는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럼에도 당시 미국 정부는 헤이스를 전쟁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고, 헤이스는 죄책감과 일각의 비난을 견디지 못한 끝에 32세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후 미 국방부가 2021년 11월 헤이스를 추모하는 글을 게재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이를 삭제한 것이다.

태평양전쟁 참전 미군 병사였던 아이라 헤이스가 1942년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해병대 캠프에서 공수 훈련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아카이브 제공
"군 내 여성·유색인종 지우기 일환"
미 국방부의 원주민 군인 업적 삭제는 이뿐이 아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 암호 체계에 혁신적 역할을 했던 나바호족 통신병들의 기록과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원주민 장교들의 활약상도 전부 사라졌다고 WP는 전했다. 소수 인종과 여성, 성소수자의 미군 기여를 조명하는 DEI 정책이 군 전투력을 약화시킨다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 영향이다. WP는 "소수민족 군인 업적 관련 가장 권위 있는 게시물이 사라진 것"이라며 "여성·유색인종 군인 관련 기록 또한 접속이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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