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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발만 담근 푸틴, 트럼프 체면은 세웠다... 우크라 "신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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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발만 담근 푸틴, 트럼프 체면은 세웠다... 우크라 "신뢰 어렵다"

입력
2025.03.19 16:5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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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 통화 "에너지 관련 휴전 합의"
'전면 휴전 거부'에도 트럼프 "종전 발판"
우크라 시민들 "종전? 합의 이행도 미지수"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하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하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중단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18일(현지시간) 받아들였다. 당초 미국이 요구한 '30일간의 전면적·즉각적 휴전'을 사실상 거부하면서도 '부분적인 휴전 수용'으로 트럼프 대통령 체면을 살린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23일 대면 협상을 통해 휴전 불씨를 종전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에너지 시설 휴전' 자체에는 일단 긍정했다. 2022년 2월 개전 이후 처음으로 부분적 휴전이라도 성사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푸틴 대통령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면 휴전 거부' 푸틴 "에너지 휴전 동의"

미국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궁 발표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부분 휴전 합의는 18일 약 90분간 진행된 전화 통화에서 도출됐다. 크렘린궁은 "상세하고 솔직한 의견 교환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 당사국들이 30일 동안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상호 포기하자'고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은 호의적 반응을 보이며 즉시 러시아군에 해당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러시아가 사용한 '에너지 인프라 시설'보다 넓은 범위인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미러 간 부분 휴전 합의를 확인했다.

이날 합의는 지난 11일 '30일간 육·해·공에서 전쟁을 즉시 멈추자'는 내용의 미국·우크라이나 간 합의에는 한참 못 미친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휴전 요구는 거부하면서 휴전 모양새만 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전면 휴전 도입 시 최전선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는지, 우크라이나 군대가 재무장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시설 관련 휴전'에 합의한 직후인 19일 우크라이나 공습 경보 알림 애플리케이션 '알러트'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이 공습 사정권에 있다는 표시가 돼 있다. 왼쪽 그림은 오후 9시 44분, 오른쪽 그림은 오후 11시 44분의 상황이다. 알러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시설 관련 휴전'에 합의한 직후인 19일 우크라이나 공습 경보 알림 애플리케이션 '알러트'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이 공습 사정권에 있다는 표시가 돼 있다. 왼쪽 그림은 오후 9시 44분, 오른쪽 그림은 오후 11시 44분의 상황이다. 알러트 캡처

부분 합의가 '위장 평화'에 활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정 분야 휴전을 내세운 뒤 다른 분야에서 오히려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두 정상 통화 직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는 러시아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인한 공습경보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공유한 미러 간 대화 내용을 전제로 부분 휴전에 동의한다면서도 "푸틴은 전면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전쟁을 질질 끌려는 푸틴의 시도는 거부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부분 휴전이 지속적인 평화의 토대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며 부분 휴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부분 휴전→평화 협정으로"… 미, 러와 추가 협의

그럼에도 러시아의 휴전 약속 자체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푸틴 대통령의 휴전 동의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제스처이자 미국·우크라이나 간 밀착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러 정상은 경제 협력 방안, 양국 관계 정상화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대 행위 및 인명 손실 종식이라는 숭고한 목표에 기여하고자 노력한다"며 치켜세웠다.

미국은 이러한 합의를 '종전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3단계 전쟁 종식 구상'에 동의했다면서 이는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에서의 부분 휴전→전면 휴전→평화 협정을 통한 종전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1단계 협상에서 전면 휴전 협상이 진행된다. 미국은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러시아와 후속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향한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고 자찬했다.

다만 미국 뜻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 군사 지원의 완전한 중단" 등을 종전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종전 협상에서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리차키우 묘지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추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르비우=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리차키우 묘지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추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르비우=AFP 연합뉴스


"공습 강화하며 휴전 협상?" 불신 가득한 우크라

부분 휴전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여러모로 신뢰하기 어려운 합의'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크리스티나(28)는 "도저히 신뢰하기 어려운 두 정상 간 약속을 어떻게 믿겠냐"며 "부분 휴전 이행을 담보하기 어려운 데다 종전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키이우 시민 올레나는 "부분 휴전 합의 직후 머리 위로 러시아 드론이 쏟아졌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치학자 예브헨 마흐다는 이번 미러 합의를 "푸틴의 승리"로 규정하며 "'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자신을 내세워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키이우= 신은별 특파원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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